[경향마당]민간조사제도 도입은 시대적 요청

경향마당

2013.03.25.

사설탐정으로 상징되는 민간조사제도는 영국에서 처음으로 태동됐다. 이후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그 존재의 유용성이 검증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한국을 제외한 33개국은 이를 일찍이 제도적으로 정착시켰다. 이 제도는 국가기관의 치안능력 보완과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한 재판기능 보강에 활용되고 있음은 물론 명실상부한 탐정문화의 형성과 함께 ‘산업’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탐정은 소송절차에서 당사자들에게 증거를 수집·제출케 하고 법원은 제3자적 입장에서 편견 없는 판단을 할 수 있게 한 당사자주의(當事者主義)를 원칙으로 하는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 특히 발달했다. 이는 탐정이라는 민간조사제도가 소송당사자의 입증활동에 효과적으로 기여해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한국의 경우도 옛 형사소송법은 직권주의적 소송구조였으나 현행 형사소송법은 옛 형사소송법에 비해 당사자주의적 성격이 대폭 강화되어 소송절차에서 증거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는 증거 자료를 수집·제공할 사실 조사 대행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소송당사자 모두가 증거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 물론 변호사가 증거를 채증하고 있지만 법률지식에 비해 정보력이 떨어진다는 측면이 있고, 피해자가 직접 증거를 찾아 나서기에는 생업과 전문성 결여로 어려움이 크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어렵고 힘든 일에 직면한 국민들이 찾는 곳은 음성적 심부름업자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수임에서부터 조사의 수단·방법 등이 통제 없이 이루어져 그 행태가 가히 충격적인 경우가 많다.

이렇듯 오늘날 법제 환경의 변화로 점증하고 있는 사실관계 조사·확인 등의 증거 수요가 더 이상 무통제·무납세 지하업자들에게 맡겨지는 것은 곤란하다. 현재와 같은 관행적 폐해를 없애고, 민간조사업(탐정)을 공인화해 그 역할이 합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자 시대적 요청이다.

김종식 |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