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경찰, 심부름센터 불법관행 근절 수단 도입 추진… 관리감독청 이견·변협 반대 등으로 법제화 어려워




“심부름센터의 불법행위로 인한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두 달 동안 단속을 벌인 결과, 총 24건, 137명을 검거했다.” 지난 3월 11일 경찰청 발표다. 24건의 단속 결과를 유형별로 보면 특정인의 소재·연락처 등 개인 사생활과 관련된 행위가 67%(16건), 차량 위치추적기 부착 등 불법 위치추적이 17%(4건), 취득한 개인정보를 누설·제공받은 행위가 13%(3건), 불법 채권추심행위가 3%(1건)이었다.

심부름센터의 수법은 이런 식이었다. 배우자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설치한 후 미행해 다른 여성을 만나는 장면을 사진을 찍어 의뢰인에게 전송하는 형식이었다. 비용은 일당으로 50만원을 받는다. 추적에는 일주일에서 10일 정도 걸리기 때문에 보통 수백만원이 든다.

이런 수법도 적발됐다. 주민번호를 알고 있는 경우 홈쇼핑 ARS를 통해 현재 주소지를 알아내는 방법이다. 택배회사 배송지 조회나 휴대폰 대리점이 갖고 있는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수법도 동원됐다. 심부름센터가 사건의뢰를 받으면 다시 ‘정보수집 제공책’이 건당 5만~20만원을 받고 정보를 제공하는 형식이다.

‘탐정업’, 현행법상 불법
서울 소재 경찰서 검거사례를 중심으로 경찰청이 재구성한 통계를 보면 의뢰자 대부분은 여성(약 80%)이었다. 배우자의 불륜을 의심해 심부름센터에 불법 사생활 조사를 의뢰한 것. 그런데 의문은 남는다. 실제 누군가 자신의 배우자 불륜을 의심한다고 하자. 실종자나 실종 애완동물을 찾는 것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누군가 ‘전문적으로 업’을 삼고 있는 사람의 도움은 필요하지 않을까.

영화나 추리소설에서 이 역할을 하는 사람이 탐정이다. 소설의 소재가 되는 것은 주로 미해결 강력사건 같은 일이지만 실제 탐정업이 합법화해 있는 나라에서 대부분의 의뢰사건은 배우자 불륜과 같은 사생활과 관련된 것이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탐정이라는 직업군은 존재하지 않는 허구다. 아예 법으로 명시되어 있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40조 5항을 보면 “정보원, 탐정 및 그밖의 이와 비슷한 명칭을 사용하는 일”을 신용정보회사 등이 해서는 안 되는 금지사항으로 못박고 있다. 즉,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탐정이라는 직업은 현실공간에서는 해서는 안 되는 범법행위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앞의 신용정보법의 전신은 1961년 제정된 ‘흥신업단속법’이다. 심부름센터 내지는 해결사의 다른 이름이기도 한 ‘흥신소’는 1960년대 일본으로부터 건너온 업종이다. 정치깡패나 과거 수사기관에서 퇴직한 인사들을 중심으로 비합법적인 일을 대행해주는 업체였다. 흥신소의 폐해에 대한 여론이 강하게 일자 만들어져 시행된 것이 ‘흥신업단속법’이다. “이번에 경찰청 발표에 나온 것처럼 도청을 한다든가, 위치추적기를 부착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민간조사원이 할 수 있는 것은 견문·탐문·관찰·묘사와 같은 오관이 작용하는 확인이다. 필요하면 미행을 하지만 당사자가 피해를 인지하지 못할 때는 처벌할 수 없다.”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그는 ‘민간조사’를 한 마디로 규정한다면 ‘비권력적 사실행위’라고 말했다. “사실행위란 말 그대로 보고 듣고 수집하는 것이다. 민간조사원이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은 완전히 임의로 이뤄진다. 민간조사원이 묻는다고 대답할 필요는 없다.”

민간조사제도의 필요성과 관련해서 그는 과거 ‘탐정업’을 금지하던 때와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개인정보 유출이라든가 민간조사하는 사람의 자질과 준법성에 의문이 간다는 우려가 많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지난 2007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소송이 검사의 공소장이 중심이 되는 ‘직권주의’로부터 법관이 보는 앞에서 소송 당사자들이 증거나 증인을 놓고 다투는 ‘당사자주의’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과거보다 ‘증거’가 매우 중요해졌고, 수요가 늘었다. 증거 수요는 폭발하는데 공급을 받을 데가 없다보니 심부름센터에 의존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2005년부터 개인정보보호법이 발효되어 안착된 단계다. 즉 그 증거도 합법적으로 수집되어야 하는데, 여전히 합법적이지 않은 심부름센터에 의존해야 하는 괴리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8번째 민간조사업법 19대 국회서 발의
민간조사를 합법화해야 불법적인 관행이나 비합리적인 비용을 잡는 것도 가능하다는 논리다. 경찰 쪽의 입장을 들어보면 김 소장의 진단이 맞는 것 같다. 경찰 역시 ‘민간조사원 제도’ 도입을 불법 심부름센터 근절의 한 방법으로 거론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를테면 실종가족이나 개인간의 분쟁 등에 현재의 인원으로는 경찰력이 다 미치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며 “(민간조사제도라는 것도) 국가가 관리를 하게 된다면 믿고 맡겨서 정당한 비용으로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민간조사원제도 도입과 관련한 시도는 13년이 넘었다. 국회에서 첫 논의는 지난 1999년 하순봉 의원이 발의한 ‘공인탐정에 관한 법률안’. 이 법률안은 초안은 만들어졌지만 발의가 이뤄지지 못한 채로 회기를 넘겨 무산되었다. 그 뒤 17대와 18대를 거쳐 이상배·최재천·이인기·성윤환·이한성·강성천 의원 등 여야 의원이 만든 관련 법률안만 7개. 하지만 이 법안들은 관련 소위에서 심의만 거친 채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폐기됐다.

법안들을 검토해보면, 가장 큰 차이는 ‘민간조사원’ 또는 ‘민간조사관’을 누가 감독하느냐다. 간단히 말해, 감독청을 경찰청장으로 하느냐 법무부 장관으로 하느냐의 대립이다. 지난 18대 국회 입법사례를 보면 ‘경찰청안’을 담은 이인기 의원의 ‘경비업법 일부 개정법률안’과 ‘법무부안’을 담은 강성천 의원의 ‘민간조사업 법안’이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 올라 대립하는 양상이었지만, 결국 두 안 모두 자동폐기되었다.

19대에 들어서 민간조사제도 도입 관련 입법 시도는 일찌감치 시작되었다. 윤재옥 의원이 지난해 11월 ‘경비업법 전면개정안’을 제출해 지난 2월 행정안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논의되었다. 안으로 보면 18대 당시 이인기 의원의 문제의식을 계승한 안이다. 그러나 역시 강성천 의원안을 계승한 법안도 제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사실 이번에도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측에서 낸 안을 조정하는 과정이 지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8대 때 강성천 의원이 낸 안을 보면 법무부 장관이 감독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역시 최종적으로 현장을 관리하는 것은 경찰청”이라며 경찰 관할로 법이 만들어지는 것이 옳다고 부연했다. 경찰 차원에서는 힘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법안을 낸 윤재옥 의원은 경찰대 1기 출신으로, 경찰대 수석 입학과 졸업, 경감에서 치안정감까지 경찰대 출신으로 최초 진급을 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다가 국회에 들어간 인사다. 경찰로서는 경찰대 즉, 경찰 엘리트 출신 첫 국회의원이다. 그동안 번번이 입법이 좌절된 것과 관련해 경찰 및 관련 업계에서는 “아무래도 율사 출신이 많은 국회에서는 법무부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온다. 즉, 그동안의 ‘법안 폐기’에는 민간조사제도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진 쪽의 고의적인 사보타지가 작용했다는 의심이다.

민간조사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또 하나의 강력한 비토세력이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다. 변협은 강성천 의원의 안에 대해서도 ‘강력 반대’를 천명하는 의견서를 냈다. 변협은 의견서에서 “국가 공권력에 의한 정보 수집활동조차 국민의 기본인권을 제대로 지키고 관련 법·규정을 제대로 준수하지 못해 문제가 되고 있는데 국가 공권력도 아닌 일반 민간업자에게 국가 공권력에 준하는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위법상황을 방치했다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슬그머니 허용해주는 양태는 법치주의 근간을 위협하는 요소이므로 엄격히 지양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변협은 “현재도 국가 공인을 받지 않은 사설 민간자격제도가 만들어져서 국민을 호도하고 있는데, 이 법 추진은 그러한 현상이 일반화했으니 양성화하자는 행태”라며 “만약 그러한 활동이 합법적으로 수행된다면 정보 수집활동은 일반적인 영업활동의 자유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별도의 특별한 법률로 규율하거나 관리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윤재옥 의원안에 대한 변협의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변협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최진명 변호사는 “한마디로 말한다면 퇴직 경찰들의 밥그릇 챙기기 아니냐”며 “간단하게 말해 합법적으로 뒤를 캐겠다는 것인데 그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즉 이름이 무엇이 되었든 누군가의 의뢰로 사적 개인에 관한 조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합법화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은 밥그릇 싸움?
현재 민간조사와 관련한 협회는 크게 두 곳이 존재한다. 대한민간조사협회와 한국민간조사협회다. 대한민간조사협회 측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협회를 통해 배출된 PIA(Private Investigation Administrator·민간조사사)는 약 1650명. 한국민간조사협회도 약 700명 규모다. 하금석 대한민간조사협회 회장은 “대부분 민간조사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관련된 전문성을 얻기 위한 것이며, 이것이 공인자격이 아니라는 것은 회원 스스로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민간조사협회의 유우종 회장도 “대부분의 회원은 기업의 법무팀이나 인사·감사팀, 기업리스크 담당자나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을 하며 실제 변호사와 같이 움직이지 않고 단독으로 조사를 한다면 단 한 차례 하더라도 자격은 취소된다는 서약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기관이나 군·경의 정보계통 업무를 하던 사람들의 퇴직 후 밥그릇 챙기기라는 지적에 대해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 소장은 “군·경의 수사 전문요원은 국가가 막대한 돈을 들여 양성한 사람들인데 퇴직이라는 이유로 그런 노하우가 사장되는 것이 오히려 국가적 손실 아니냐”고 반문했다.

경찰이 강력하게 단속하면 심부름센터의 불법관행은 근절될까.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단속을 강화하더라도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윤재옥 의원의 입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당분간 이 안이 통과될 전망도 없다. 변협은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강력한 반대 입장을 개진할 가능성이 많다. ‘자력구제’가 힘든 사람들은 여전히 인터넷을 뒤져 암암리에 심부름센터를 찾을 수밖에 없다. 이 상황은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한국에서 탐정은 여전히 소설 속에서만 등장하는 허구로 머물러야 하는 걸까. 각각 물어보았다. “OECD 국가 중 탐정 또는 민간조사업이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법 환경의 변화로 이제는 도입을 적극 검토할 시점이 되었다.”(김종식 소장)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